대한민국의 외교관이 실제로 납치되다
1986년 1월 31일 현지시간 아침 8시 10분경, 레바논의 서베이루트 회교도 지역에서 대사관 차를 타고 출근하던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 2등 서기관 겸 영사인 도재승 외교관이 복면을 한 5명의 무장 괴한에 의해 납치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한국외교관이 납치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함께 했던 김 행정관은 경찰 진술에서 소련제 AK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갑자기 나타났고, 대사관 차량에 총격을 가한 뒤 영사를 강제로 납치했다고 진술합니다. 레바논에 주재하던 외국의 외교관들이 납치당하는 사건은 빈번하게 발생하였음에도 아시아국가의 외교관이 납치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도재승 외교관을 납치한 단체는 리비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투쟁 혁명 세포라고 주장하였으나, 연락책은 물론이거니와 실체조차 알 수 없었고, 인질이 살았는지 죽었는지에 대한 생사여부조차 알지 못한 채 8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접촉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지루한 협상을 이어가며 납치된 지 1년 9개월 만인 1987년 10월, 도재승 외교관이 석방되게 됩니다. 이후 밝혀진 비화 중 하나로, 당시 집권세력은 전두환 정권이었고 한국정부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중간연락책으로 유럽인들을 교두보로 활용하였으며, 납치단체와 협상 완료 후에 유럽인들이 먼저 협상금을 전달하였고 잔금을 한국정부가 유럽인들에게 지불하면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절반의 협상금을 선지급하고 나머지를 채워 유럽인들이 납치범들에게 전달하면서 도재승 외교관이 풀려나게 되자, 한국정부는 남은 잔금을 지불하지 않고 외교관의 신원만 확인하고 마무리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교섭 과정에 연루된 미국계 인사의 증언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며, 진위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한편 실제 주인공인 도재승 외교관의 경우, 주뭄바이 총영사 등을 지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총영사로 부임하는 등 외교관으로서 업무에 복귀해 근무하다가 2000년에 퇴임하였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비공식작전
영화와 같은 현실을 실제로 영화로 만들어 낸 비공식작전은 야망 있는 외교관 이민준 역할의 하정우와 현지의 사기꾼 김판수 역할의 주지훈이 중동을 배경으로 이끌어 갑니다. 당시 레바논에서 일어난 납치 사건을 인지한 외교부는 아무런 정보도 확인되지 않고 있었는데, 모두가 퇴근한 야심한 시각, 하정우가 마무리를 하면서 퇴근하려던 순간 전화가 울리고, 그냥 퇴근하려던 하정우는 어쩔 수 없이 되돌아가 수화기를 받으며 주요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없었고 툭툭 치는 듯한 소리만 들릴 뿐이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하정우는 모스부호라 생각하고 바로 해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과는 오래전 납치된 것으로 확인되었던 오재석 서기관이었고, 바로 이 오재석 서기관이 실존인물인 도재승 서기관을 모티브로 한 인물입니다. 야망을 가진 이민준은 더욱 큰 물에서 놀고 싶다며 미국의 외교공관으로의 파견을 위해 스스로 자청하여 레바논으로 날아가게 되고, 현장에서 주지훈을 만나며 오재석 서기관을 구하기 위해 매진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전한 곳이 아니었던 만큼 사기꾼과 무장단체들의 위험에 빠져 우여곡절을 겪게 되었고, 어렵사리 오재석 서기관을 구출하게 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이민준 역시 타깃이 되고 맙니다. 결국 탈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지만, 모두가 탈출할 수 없게 되자 이민준은 본인이 공식적인 외교관 신분임을 무기 삼아 오재석과 김판수를 한국으로 보내며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시간이 흐른 뒤 가까스로 귀국에 성공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폭망의 결과는 노잼인가 식상함일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들인 교섭과 모가디슈와 비교되면서 시기적으로 식상한 소재가 된 중동에서의 한국인의 일화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듯, 500만 명의 손익분기점 관객수가 책정된 제작비로 200억 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되었음에도, 최종적으로 관객을 100만 명을 가까스로 넘기며 마무리한 결과로 완전한 흥행참패를 맞이하게 됩니다. 다만, 영화의 전개 상 크게 나쁘다고 비판할만한 점은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객들의 중론이며, 그렇게까지 나쁜 작품은 아니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그럼에도 나쁘지 않고 무난하다는 것이 재미있고 꼭 봐야 할 만한 작품이라는 뜻은 전혀 아니므로, 인기를 끌면서 호평을 가져간 작품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점이기도 합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 어쩔 수 없는 주지훈의 연기로, 늘 똑같고 부족한 연기력은 이 작품에서도 변치 않고 딱 그 수준으로 머무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기대치가 낮았던 만큼 실망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하정우의 연기력 자체에 대한 논란보다는 하정우와 주지훈, 두 메인급 배우들의 마약 관련 논란으로 인해 관람이 꺼려진 부분이 매우 크게 작용한 부분도 있어 아쉬움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성을 중시 여기는 관객들에게는 매우 큰 불만이 많았는데, 작중배경이 되는 1987년은 청와대 본관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로, 구 조선총독부 관저 건물이 있었던 시기이며, 당시에는 서울대학교에 정치외교학과가 없고 정치학과 그리고 외교학과가 있었던 점 역시 검색조차 하지 않고 작품을 쓴 듯한 모양새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교관들은 주재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모스 부호 같은 시그널은 실제로 없는 요소라고 합니다. 물론 이 점은 작중 전개요소로 삽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외교관들이 본인의 희망 근무지에 대해서 뭉뚱그려 미국이라고 하는 외교관은 없고 정확한 공관에 대한 구분이 없는 점과 이민준의 외무고시 기수가 20기는 1986년에 합격자 발표가 났기 때문에 급수가 맞지 않는 점 역시 간단한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조차 하지 않는 감독과 작가의 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아쉬움을 남긴 비공식작전은, 아주 시간이 많이 남을 때 연기력과 개연성을 포기하고 보기에 적당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